[땅과 집값의 경제학] 책 리뷰
책의 내용이 엄청 어렵진 않았지만 가장 아쉬웠던 점은 번역기를 돌린 듯한 문장과 딱딱한 문체때문에 한번에 이해되지 않는 글들이 많았다. <워런 버핏 바이블>처럼 친근한 문체로 쓰여졌다면 더 술술 읽혔을 것 같다. 보고서/논문을 읽는 것 같고 ‘재미없다’는 느낌을 너무 많이 받아서 다른 사람에게 강하게 추천하고 싶지는 않다.
아쉬운 점은 이쯤 쓰고 내가 강하게 느낀 점들은 다음과 같다. (아직 부동산에 관해서는 문외한이라 느낀 것도 얕다💦)
1. 토지/땅의 소유권을 처음 주장한 사람은 누구인가? 에 대한 의문이 새로웠음
책의 초반에 저자는 땅에 대한 연구는 철학과도 연관이 있다고 하는데 이 말에 정말 공감이 됐다. 인류가 시작된 이후, 땅에 울타리/경계를 세우고 ‘자신의 땅’임을 처음 주장한 사람은 누구인지, 언제 했는지에 대한 질문이 나오는데 난 한번도 생각해보지 않았다. 때문에 이런 질문이 되게 새로웠고 이런 점이 철학적이구나, 함을 느꼈다. 소유와 점유에 대한 개념을 꺼내며 땅의 소유권이 처음 생긴 시대적 배경을 소개하는데 솔직히 지금은 기억에 많이 남지 않는다. (소유와 점유의 차이는 아직도 잘 모르겠음)
2. 땅은 결국 희소성에 의한 지대 문제가 따를 수밖에 없다.
책을 다 읽은 지금, 내가 이해한 바에 따르면 저자들이 강조하는 부동산의 문제는 결국 땅의 희소성 때문이다. 더 이상 새롭게 창조되거나 공급될 수 없고 이에 대한 희소성 때문에 지대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다. 땅 주인은 아무것도 하지 않고 단지 그 땅을 소유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개발 과정에 참여하지 않아도, 단 1푼도 들이지 않고서도 그 토지가 개발됨으로써 발생하는 이익을 얻게 되는 것이다. 이건 사실 책을 읽지 않아도 너무나 당연한 사실이기 때문에 어렵지 않게 이해할 수 있었으나 ‘지대’라는 단어로 개념을 명확하게 정리할 수 있어서 좋았다.
3. 은행은 기업의 투자에 관한 대출보다 부동산 담보 대출을 더 선호한다.
이 책이 영국을 대상으로 쓰여졌기 때문에 책의 내용이 다른 나라에도 모두 적용될 수는 없지만 대부분의 선진국도 영국과 비슷하지 않을까 생각은 든다. 우리나라에서도 은행들이 기업들의 투자를 위한 대출과 같은 부동산과 관련 없는 대출보다는 이제 리스크가 낮은 부동산/주택 담보 대출을 더 선호하지 않나 생각이 든다. 최근 정부에서도 집값을 잡겠다고 은행들에게 대출 압박을 했었고 이 조그만 땅덩이에서조차 부동산 투자가 판치고 있기 때문에 대한민국의 은행들 역시 부동산 담보 대출을 가장 좋아하지 않을까 싶다.. 2024 초반, 경제에 대해 정말 아무것도 몰랐을 때는 은행이 좋은 곳인 줄로만 알았는데 대출 이자로 먹고사는 기관이라는 것임을 다시금 깨닫게 된다.
4. 부의 불평등을 해결하는 다양한 방법, 세금 조정과 소유 형태의 다양화..
저자는 땅의 독점과 지대에 따른 불평등을 해결하기 위해서 다양한 정책들을 내놓을 수 있다고 한다. 내 기억에 남는 것은 토지 소유에 대한 세금을 부과하고 토지 소유의 형태를 다양화하는 것이었다.
토지를 소유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세금을 많이 부과하여(재산세) 소유에 대한 욕심을 떨어뜨리는 것이다. 이는 우리나라에서도 이미 시행되어있고 어느 정도 효과가 있지 않나 싶다.
토지 소유 형태의 다양화는 한번도 생각해보지 못했던 것이었다. 난 무조건 [완전 소유 or 무소유 형태]만 생각했어서 정부의 국유화, 조합의 관리 등은 생각해보지 않은 것이었다. 스위스나 싱가폴은 이미 땅의 대부분이 국가의 것이라는데 이러면 분명 불평등은 다소 해결은 될 것 같다고 생각은 들지만 부동산 투자자가 많은 우리나라에서는 엄청난 반발이 일어날 것 같다.(나도 반대 입장이다)
5. 결국 모든 것은 인간의 욕심이 아닌가?
저자들은 신고전 경게학이나 현대 경제학의 문제점이 바로 땅의 중요성을 경시하고 경제에서 배제하는 것임을 강조한다.
부동산 가격이 말도 안되게 높아지면서 부의 불평등이 심화되고 있고 경제학자들과 정치 정책자들이 이런 당연한 것을 분명히 알텐데 경제에서 대체 왜 떼 놓는지 잘 모르겠다. 책을 읽는 내내 결국 다 인간의 욕심때문이 아닌가 생각이 계속 들었고 다 읽고 나서도 사실 현타가 왔었다. 싱가폴처럼 땅의 대부분을 국유화하는 등 다소 사회주의적인 정책을 내놓으면 이런 불평등도 감소하는 것이 아닌가, 땅과 부동산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의 욕심과 이들이 주요 정책자들이기 때문에 이런 문제점은 히틀러와 같은 독재자가 강하게 나서지 않는 이상 완전히 해결할 수 없지 않나 생각이 들었다. 더 아이러니한 것은 난 아직 제대로 된 부동산 투자를 시작도 안했는데 내 미래의 부동산에 대한 욕심이 있다는 것이다. 남편에게 이런 현타에 대한 소감을 말하니 그러면 안된다, 책의 핵심은 그게 아닐 것이다, 자본주의 등을 언급하며 나보다 어른스러운 조언을 해줬다. (내 생각엔 남편이 이 책을 읽으면 배우고 느끼는 것이 나보다 훨씬 많을 것이다)
책을 다 읽은 직후에는 현타가 많이 왔어서 After Reading에 과연 쓴 글이 있을까, 걱정도 되었는데 의외로 쓸게 많아서 놀랐다. 내가 읽으면서 생각하고 느꼈던 것들을 이렇게 나열하는 것만으로도 꽤 양이 되는 것을 보며 역시 기록하는 것은 좋다는 것을 다시 느낀다. 서두에서 아쉬운 점을 남발하며 불평을 했는데 배운 것들도 많았음을 보며 읽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저자: 조시 라이언-콜린스, 토비 로디으, 로리 맥팔렌
완독일: 2024-12-23